독일 워킹홀리데이 준비 과정에서 앞으로 1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집 구하기. 나의 경험담을 풀어본다.
혹 독일 집 구하기 팁에 대한 글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다음 페이지를 참고하길 바란다. 👉https://surfer1225blog.com/%eb%8f%85%ec%9d%bc-%ec%9b%8c%ed%82%b9%ed%99%80%eb%a6%ac%eb%8d%b0%ec%9d%b4-%ec%a4%80%eb%b9%84%ea%b3%bc%ec%a0%95-5%ed%83%84-%eb%8f%85%ec%9d%bc-%ec%a7%91-%ea%b5%ac%ed%95%98%ea%b8%b0/
Part 1. 변동이 많았던 집 구하기 초반 (독일 기반 플랫폼 활용)
처음에는 WG를 생각하고 집을 구하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해서 워홀을 오기로 결심했는데, 쉐어하우스에 살면서 그 여유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원룸을 함께 알아봤다.
그리고 알아보던 지역도 계속 바뀌었다. 처음에는 베를린을 알아봤다. 전반적인 집값을 보았을 때, 대도시(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 중에서는 베를린이 가장 적합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요즘 베를린이 좀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길거리에 마약하는 사람도 많고, 마약 거래하는 사람도 많고(독일이 마약 합법화가 되면서 더 심해졌단다), 노상방뇨하는 사람도 있다는 등 혼자 가서 살기에는 베를린 집은 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뮌헨은 집값이 정말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고, 그래서 프랑크푸르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프랑크푸르트를 한참 알아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프랑크푸르트가 가고 싶지 않아졌다. 평생을 대도시에서 살았는데, 또 대도시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중소도시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뒤셀도르프, 쾰른, 슈투트가르트 등 독일 남서부 도시들을 알아보았고, 결국 정착했다.
다음 사진은 내가 매물들을 정리했던 표의 일부이다. 매물을 정리할 때 주요사항들을 적어두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지금에 와서는 내가 여기에 오려고 그동안 그렇게 고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집을 구하면서 정말 힘들었다. 현지인처럼 사는 걸 좋아하는 나였기에, 독일인들이 집을 구하는 방식으로 ImmoScout24, WG-Gesucht 등의 사이트를 통해서 집을 구해보려 했다. 그렇게 3달을 집을 구했는데, 연락조차 오는 곳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드디어 첫 연락이 왔고, 그 매물로 사기를 당할 뻔 했다.
Part 2. 독일 집 사기 당할 뻔한 썰
처음으로 집주인에게 연락이 온 것이라 너무 기뻤고, 꼭 그 집을 계약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집주인이 자기는 이탈리아 사람이고 남편이 독일인인데, 현재 이탈리아에 직장을 구하게 되어 나와있다고 했다. 키를 주고 받는 과정과 계약은 모두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를 통해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 안심해도 된다고 했고, 유명한 여행업체인 트립어드바이저를 끼고 계약을 진행한다는 말에 의심 없이 계약을 이어나갔다. 매물을 사진으로 보여줬고, 계약금(보증금과 월세)을 보내고, 입주하는 날 집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돈은 모두 환불될 것이니 걱정 말라고 했다. 나에게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인보이스를 보냈고, 그렇게 순조롭게 계약이 진행되어가는 듯 했다.


하나 이상했던 점은 인보이스를 보낸 후에 뭔가 급박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었다. 인보이스를 받은 지 1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 트립어드바이저로부터 내가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아 계약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고 메일을 받았다. 그 때 뭔가 돈을 보내고 싶지 않아졌고, 유럽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유럽 사기꾼들의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고 수상하다고 했다. 또 하나는 이탈리아인이라고 했던 집주인의 이름이 사실은 독일 이름이라고 했다..!
결정적으로 이 집에 사기 매물인 것을 알게 된 건 이 매물의 사진이라며 나에게 보내준 사진을 구글 사진 검색을 해보니, 베를린 근교에 정확히 똑같은 사진의 매물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때부터 이상한 점이 하나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트립어드바이저는 뭔가. 그 사람과 함께 사기를 치고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나에게 보는 인보이스를 다시 들어가봤다. 그때 소름이 끼쳤다. 트립어드바이저의 홈 버튼이 눌리지 않았다. 홈 버튼 뿐만 아니라, 모든 메뉴 버튼이 눌리지 않았다. 즉, 실제 트립어드바이저 사이트가 아니라 사진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친구에게 링크를 보내니 들어가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나만 들어갈 수 있는 사기 페이지였던 것이다.
사기인 부분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이탈리아인이라고 했는데 이름이 독일 이름임.
- Online viewing이나 video 요청에 묵묵부답.
- 외국 거주중 → 흔한 사기 수법
- 올라온 매물과 똑같은 사진이 베를린 근처 다른 곳으로 올라와 있음(Google 검색)
- 매물 삭제
- Tripadvisor이라고 했는데, 사이트가 Tripadvisor.com 공식 주소가 아님.
- 알려준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페이지가 열리지만, 그 링크를 공유하거나 직접 치면 찾을 수 없는 사이트라고 나옴.
- 알려준 링크를 들어갔을 때, 그 어떤 버튼도 눌리지 않음.
- 이탈리아 계좌 사용
- 선입금 후 viewing → 말도 안됨.
그 사기꾼이 나에게 자신이 이탈리아인이라고 한 것은 나에게 입금하라는 계좌가 이탈리아 계좌였기 때문이다. 내가 사기 당한 것을 알았을 때, 이탈리아로 가서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을 확률 높다. 이를 이용한 것이다.
계약금을 보냈다면 2800유로, 한국 돈으로 400만원이 넘는 돈을 잃을 뻔 했다. 그 돈을 잃었으면 독일을 못 오지 않았을까. 친구에게 정말 고마웠다.
나의 간절함을 이용하는 사기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 본 계약하기 전까지는 의심, 또 의심하시길 바란다.
Part 3. 집 구하기 중반
그 이후로도 계속 연락을 넣었고, ImmoScout24에서만 내가 보낸 메세지가 38통이었다. 다른 사이트들까지 합치면 최소 60군데에는 연락을 넣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집 뷰잉 연락온 곳은 단 2곳이었다. 그것도 심지어 집 뷰잉하는 날짜를 조율해보자가 아니라 이 날, 몇 시에 오라는 메세지였다. 나는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갈 수 없었다.
why?
왜 60군데가 넘는 집들에 연락을 넣었는데, 단 두 곳에서 연락이 왔을까. 그 이유는 독일이 행정주의 국가라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은 행정처리가 너무나도 중시되지만, 그에 비해 행정처리 속도는 그 중요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게 때문에 집주인이 세입자를 들였는데, 만약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고 버티더라도 그 세입자를 내쫓는 데까지 짧으면 몇 개월에서 길면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한 번 세입자를 들일 때 신중에 신중을 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주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워홀 비자를 가진,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외국인인 나는 좋은 조건을 가진 세입자가 아니다. 신원 보증도 제대로 되지 않고, 정기적인 수업도 없기 때문이다. 집을 구하면서 너무 힘들었지만, 집주인의 입장도 이해는 갔다.
7/12가 출국일이었는데, 6월 말까지도 집을 구하지 못했다. 그때부터는 집 구하던 초기에 가입해두었던 한국인들을 통해 집을 구할 수 있는 사이트들, 베를린리포트와 페이스북 페이지 ‘독일에서 방구하기’를 집중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출국 후에 임시 숙소를 먼저 구하고 가서 집 뷰잉과 계약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하지만, 가서 집 뷰잉을 한다고 해서 나와 계약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고, 출국 전에 어떻게든 집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다.
Part 4. 집 구하기 후반
그리고 7월이 되었다. 이제 정말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마지막에 두 곳을 후보로 두고 있었다. 모두 베를린 리포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집들이었다. 한 곳은 프랑크푸르트 근교 도시였고, 한 곳은 슈투트가르트 근교였다. 마지막에는 슈투트가르트 근교로 정했는데, 프랑크푸르트 집도 좋았지만, 구글에 찾아보니 이민자가 많은 곳이고 그 주변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 가면 마약 냄새가 진동을 한다는 평들이 있어서 슈투트가르트 집으로 결정했다. 좀 작은 도시로 가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그렇게 1년을 머무를 집을 구했다. 안 될 것 같던 집 구하기였는데, 그래도 결국은 해냈다. 60번이 넘은 실패와 무시(대부분 안읽씹 / 읽씹이었다)를 견디기 위해 나는 계속 ‘한 집만 구하면 된다. 몇 번의 좌절이든, 결국 하나를 구하기만 하면 되는 거다’라고 스스로 계속 되뇌었다.

(우리 동네 사진이다.)
Part 5. 결론
독일에서 살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일단 한국인 커뮤니티를 잘 활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타지에서 한국인끼리 뭉치게 되어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혹시라도 집 구하다 좌절을 경험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 넓은 땅에 내가 살 집 하냐 없겠냐’는 마인드로 강하게 마음먹고 꼭 성공하시기를 바란다.